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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토바이 타고 전국일주 3일차 - 강릉

by 허허 그림 2016.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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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7시 30분에 일어났다.
어제보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다.
피곤해서 어제 11시도 안되서 잠이 든 이유때문인 것 같다.
이러다가 점점 더 일찍 일어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은 속초를 떠난다.
나의 첫 여행장소인 속초. 서울에서 올때는 정말 끔찍했는데, 오고 나니 역시 잘 왔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하지만 속초에서 한가지 실망한 점이 있다.
서울이 아닌 속초에서는 운전을 할때, 사람들이 급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1초, 아니 0.5초를 못 기다리는고 인상을 쓰며 크락숀을 울리는 모습에 엄청 실망했다.
서울이나 강원도나 성질 급한 건 똑같구나..
충청도는 다를까? 나중에 충청도에 가게 되면 유심히 살펴볼 생각이다.

오늘 도착할 장소는 강릉으로 정했다.
속초에서 강릉까지 네비게이션상으로 거리가 56km로써 아주 적당해서 골랐다.
어제 "에어 비앤비"를 이용해서 숙소도 예약을 마쳤다.

자. 강릉으로 출발하자.

속초를 떠나기전 마지막 사진.
담배와 커피를 피면서 한장 찍었다.
정확히 어딘지는 잘 모르겠다.

강릉으로 가던 도중, 이정표에 갈색으로 "하조대 해수욕장"이 보이길래, 바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갔다.
오른쪽으로 꺽어서 나오니 위 사진과 같은 터널을 지나면 "하조대 명승지"이고 바로 직진을 하면 강릉으로 가는 것이다.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강릉은 그 다음이다.

"하조대 해수욕장"..처음 듣는 해수욕장 이름이다.
그런데 바다가 장난 아니다.
속초보다 수면깊이가 더 깊어서 그럴까? 바다 색깔이 훨씬 더 찐하다.
일단 백사장에는 들어가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한바퀴를 둘러봤다.

백사장 한 귀퉁이에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모여있다.
뭐 먹을게 있어서 갈매기 수십마리가 한 곳에 모여 있을까..

"하조대 해수욕장" 정말 장난 아니였다.
내가 볼때 부산 해운대 보다 더 큰것 같고, 속초해수욕장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이게 진짜 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길이가 끝이 안 보인다.
그리고 백사장의 폭 또한 엄청 넓었다. 속초해수욕장의 3~4배는 되어 보인다.
백사장의 길이가 어마어마하게 길어서 파도가 몰아칠때는 정말 장관이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은 장소로 정했다.

역시 직진만 하지 않고 옆으로 꺽어서 들어오길 잘했다 생각했다.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앞만보고 달리며 직진만 한다면, 늘어나는 것은 주행거리 밖에 없다 생각한다.
누구는 몇일만에 몇백킬로 미터를 갔네..누구는 그거보다 더 많이 갔네..주행거리를 누가 더 많이 갔는지가 무슨 소용인가..

멋진 소나무와 드 넓은 백사장.
멀리 보이는 짙은 파란색의 바다 파도와 작은 오토바이 하나.

백사장으로 걸어가다보면 한쪽에 사진처럼 철조망을 쳐 놓았다.
아마도 군 시설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하조대 해수욕장"을 뒤로 하고 다시 강릉으로 출발했다.

강릉으로 가던중, 또 눈에 띄는 이정표가 보였다.
"김동명 문학관". "문학" 이라는 단어가 왠지 끌렸다. 그래서 핸들을 바로 오른쪽으로 돌려 국도를 빠져 나왔다.
강릉은 또 다시 다음이 되었다.

김동명. 호는 초허.
강릉이 낳은 근현대시인이라고 한다.
위에 있는 사진은 "초허 김동명"의 전시관이고, 그 오른쪽에는 생가를 재건해 놓은 초갓집이 있다.
경제적으로 가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제시대때부터 해방이후까지 계속해서 시를 쓰신 분이다.
대표적인 시는 "내마음"이 있다.

"내마음은 호수요
그대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힌 그림자를 안꼬,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 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오
그 대 저 문을 닫아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러 주오
나는 달 아래에 귀를 기우리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오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리다."

사랑하는 그 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이..나는 왠지 서글프다..

김동명 문학관의 내부 모습이다.
반대편에는 박물관처럼 그의 일대기와 유물이 있고, 위의 사진은 시 낭송회나 그런 어떤 모임을 할때 사용하는 방으로 보인다.

지역주민이 쓰 시인지, 아니면 대회를 해서 수상한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읽어본 여러개의 시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움직인 시이다.
역시나 밝은 시는 아니다.

요즘 책도 잘 안 봤는데, 서울에 올라가면 시집을 하나 사볼 생각이다.
김동명 문학관의 여러 시를 읽으면서, 소설과는 다른 느낌을 많이 받았다.
소설과 달리 짧은 호흡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다.

김동명 문학작품을 뒤로 하고 이제 진짜 강릉으로 간다.

잘닦인 도로보다는 이런 시골길이 너무 좋다.

여기저기 논에 벼들이 거의 다 익어가는 모습이다
가다가 중간에 멈춰서서 추억 한장을 남겼다.

드디어 강릉 숙소에 도착했다.
네비게이션 상으로는 1시간 조금 더 걸리는 시간이었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며 오느라 4시간 정도 걸려서 강릉의 숙소에 도착했다.

강릉 초당마을에 왔으니, 초당두부를 안먹고 갈 수 없었서 초당 두부를 먹으러 출발.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 아주머니께서 추천해주신 집으로 왔다.
알고 보니 이 집이 초당두부의 원조 집이었다.
이집에서 부터 초당 두부가 시작하고 초당 마을이 생기고 초당두부가 전국으로 퍼져 나간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순두부 백만"을 주문했다.
하얀 국물의 순두부가 신기했다.

음..사실대로 말해서 밑반찬은 싱싱한지 잘 모르겠다. 그냥 먹을만하다 정도였다.
하지만 메인격인 순두부는 확실히 다른 두부집과는 다름을 느꼈다.
적당히 간이 되어 있고 너무 부드럽지도 너무퍽퍽하지도 않은 두부가 맛있음을 느꼈다.

강릉 시내를 둘러보던중 아주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건물 10층 높이쯤 되어 보이는 쇠로 된 장대가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모습이다.

처음에 저걸 보고 놀이공원에 있는 놀이기구 인 줄 알았다.
예전 TV에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새총처럼 사람을 태워, 높이 쏘아 올리는 그런 놀이기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놀이기구는 아니였다.

저쪽은 KBS 방송국 관련 건물인 것을 보아, 방송 관련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인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엄청 궁금하다. 혹시나 강릉에 사시는 아시는 분이 있으시면 댓글 부탁합니다.

다시 또 강릉을 돌아다니던 중, "허균, 허난설현" 생가터와 공원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입구에 예쁘게 청초롱이 달려있다.

"허균..허균.." 많이 들어봤는데..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는데,
기념관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을 만드신 분이다.
알고보니 허균이 어릴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 시대의 고전들을 줄줄이 해석하고 꿰뚫고 있고, 글을 창작하는 능력도 남달랐다고 한다.

기념관을 둘러보니, 허균의 형제들이 전부 다 난 사람들이었다.
허균의 누나는 허난설현(허초희)이고
허균의 큰형은 허봉이다.
완전 엘리트 집안이다.

아버지가 벼슬아치여서 그런지 집도 넓고 좋았다.
다들 알다시피 허균은 둘째 부인의 자식으로 불이익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홍길동전이고..

작은 꽃길을 걷는데 기분이 약간 들뜸을 느꼈다..
이런것에 기분이 좋아지다니..
늙어서 그런가 보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중에 "강릉원주 대학교"를 들러서 본관 앞에서 한방.

숙소 근처에, 그 유명한 경포대가 있어서 들렀다.
TV에서 볼때와는 너무 딴판이다.
TV에서 볼때는 깍아지른 절벽에 엄청나게 큰 규모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깍아지른 절벽이 아니고 완만한 능선에 위치해 있는 조그마한 정자 느낌이었다.

경포대 옆길에 소나무 드라이브 코스가 있길래 들어갔다..
높디 높은 소나무가 양옆에 있는데..무서웠다.
빨리 여길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으로 나가는 길만 찾아 다녔다.


빽빽한 소나무길을 빠져 나오니 다시 평화로운 시골길 풍경이 보인다.
마음이 다시 안정된다.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고개를 숙인 벼의 모습이다.

이로써 오늘의 일정도 끝마쳤다.

계속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요즘 지진때문에 걱정이다.
오늘 새벽에도 지진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얼핏 본 것 같다. 유리창이 깨지고 담벼락이 무너진 모습도 봤다..
원래 계획은 계속 밑으로 밑으로 울산, 경주..이렇게 갈 생각이였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일단 내일 목적지는 나중에 생각해보자.

오늘 경비:
숙소: 23000
담배: 4500
물:850
점심: 6500
귀마개: 1790
기름값: 4000
휴지, 면도기: 1350
합계: 4064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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