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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토바이 타고 전국일주 4일차 - 울진

by 허허 그림 2016.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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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늘로 서울을 떠난지 4일이나 되었다.
월요일에 출발해서 오늘이 벌써 목욕일이다.

혼자서 이렇게 오랫동안 여행한 적은 처음이다.
아니다. 혼자서 여행한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전에는 둘 아니면 둘 이상이 모여서 함께 갔었다.

혼자서 여행하면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내가 가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자고 싶은 곳을 오로지 나의 결정에 의해서 선택되어지는 만큼 후회가 없고, 좀 더 능동적인 여행이 되는 것 같다.
사실 조금 심심한 마음도 있긴 있다. 하지만 더 매력적인 것이 많아서 그건 잊혀졌다.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강릉의 게스트 하우스를 뒤로 하고 출발한다.
다음번에 다시 강릉을 찾게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묵고 싶은 장소이다.

남쪽으로 계속해서 달리던 중에 못 보던 광경을 경험했다.
터널안의 보수공사로 인해 한쪽 차선을 아예 막아놓았다.
터널이 왕복 2차선이기 때문에 한쪽 차선을 막으면 단 하나의 차선으로 양쪽의 차들이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터널의 양쪽 끝에서 감독관이 번갈아 가면서 차선을 이용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는 장면이다.
이런 곳을 3군데 정도 더 본 것 같았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
이곳에서 너무 오줌이 마려워서 오줌을 싸고 왔다.
오늘 따라 이상하게 오줌이 자주 마려워 국도 주변에 몇 번 뿌리고 왔다.

어딘지도 모르고 계속 남쪽으로 달리고 있다.
옆을 봤는데, 여기가 묵호항이라고 한다.

남쪽으로 다시 달리던 중에 "천곡천연동굴"이 있어서 잠시 들리기로 했다.
그냥 계속 달리면 심심하니깐, 한 번씩 이런 관광지를 들러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 동굴은 너무 무서웠다..

동글이 이런 식이다.
나는 제주도의 "만장동굴"과 같이 사람이 똑바로 선채로 산책하듯이 걸을 수 있는 그런 동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였다. 진짜 동굴 탐험하는 수준이었다.
허리를 한 번도 똑바로 펴보지 못하고 항상 구부린 채로 구경해야 했고, 어떤 곳은 아예 무릎까지 구부려, 몸을 반 이상 접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 보다 더 날 괴롭힌 것은 공포였다.
평일 12시 쯤 되는 시간이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 부부 한쌍을 봤는데, 동굴이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한 번 지나가면 그 사람을 다시 보기 힘들다.
조명도 아주 어둡고, 온도 역시 몸에 한기가 들정도로 10도 씨 정도이다. 그리고 동굴이다 보니 습도도 아주 높고, 동굴의 그 기괴한 돌 모양들..너무나 공포 스러웠다.

세상에, 굴 이름에 "저승굴"도 있다.
저승이라는 글을 보니 더욱더 공포감이 커졌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이, 지진때문이다.
꼭 지진이 일어난 것 처럼, 내 몸이 계속 기우뚱 하는 느낌이 계속 드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 뒤로 동굴 구경이고 나발이고 앞만 보고 뛰듯이 달렸다.
그럴데 제주도의 만장굴처럼 이 굴은 일직선이 아니고 미로처럼 되어 있다.
나도 모르게 위의 사진인 "저승굴"에 들어가버렸다!
저승굴에 들어갈려고 들어간게 아니다!
그곳은 정말 저승 같았다!..불빛도 거의 없는 어둠뿐이고 어떤곳은 몸을 공처럼 구부려야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처음 동굴을 들어갔을때는 추운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저승굴은 유턴하여 다시 왔던길을 되돌아 뛰어 나왔다.
난 욕을 하면서, "아 씨발, 동굴을 와 이렇게 만들어놨노! 출구를 쫌 찾을 수 있게 해놔야 될꺼 아이가! 출구가 도대체 어디고!! 아 씨발!", 마침내 출구를 찾아 재빨리 이승으로 탈출했다.

천곡 동굴에서의 그 공포감을 씻고자 열심히 달렸다.
이제야 쫌 살 것 같다.
다시 국도 옆에 오줌을 갈겼다.

기름이 떨어져 기름을 넣고,
여기서는 똥도 쌌다.

삼척쪽으로 가고 있는데, 태백을 거쳐 가고 있다.
이게 말로만 듣던 태백산맥인가?
위 사진이 해발 700m 조금 위 지점이다.
기어 3단을 넣고 커브길을 요리조리 오는데 운전하는 재미가 있었다.
저 지점에서 산새를 보는데, 정말 장관이다. 어마어마한 산들의 모습에 압도당하는 느김이였다.
사진의 오른쪽은 낭터러지이다.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너무 추웠다!
커브길이 많아 운전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너무 추워 손이 시렵고 턱이 또 떨리기 시작한다.
얼른 내리막길이 나오기를 바라며..

드디어 내려왔다.
내려오니 조금 살것 같다. 턱도 떨리지 않고 손도 시렵지 않다.
사진에 보이는 돌산도 어마어마했다.
그 큰 규모 때문에 쳐다만 보는데도 내가 꼭 저 돌산에 깔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연 그대로의 거대한 돌산과 바로 아랫쪽에 인간이 만들어놓은 아기자기한 논들..
자연의 그 거대함과 숭고함은 역시 인간과는 비교가 되자 않는다..

왼쪽에 무슨 공사를 하고 있다.
모양을 보니 원자력 발전소 같은데..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원자력 발전소가 맞겠지..요즘 지진도 자주 일어나고 그 강도도 장난이 아닌데..
왠지 불안하다.

나곡해수욕장을 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군 보안시설과 철조망이 길게 쭉 뻗어져 있다.
아마도 이쪽으로 북한 간첩들이 넘어온 적이 있나..
분위기 살벌하다.

드디어 나곡해수욕장 도착.

그런데,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민박집은 많은데,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해변을 보니..사람이 없을만한 해변이다.

바로 다시 남쪽으로 출발.

오늘의 최종 도착지인 울진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종일 사람구경 못하고 도로만 달렸다.
재래시장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든다.
전부 모르는 사람들이고, 아무도 날 신경쓰지는 않겠지만, 나 혼자 속으로 기분이 좋아 이리저리 구경하고 다녔다.

울진이면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곳이 아닌가?
지진때문에 말이 많은 장소인데..
혹시나 지진이 일어나서 원자력 발전소가 터지면..
가는건가..

울진에는 게스트 하우스가 없었다.
그래서 모텔을 잡았다.

다음부터는 왠만해서는 모텔을 숙소로 잡지 말아야 겠다.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 방에 들어오자마자 밀려오는 담배 쩔은 냄새 때문에 기분이 확 나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빨래를 했다. 손빨래를 했다.
내일 오전까지 말라야 하는데 마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다.
그리고 옷에 담배냄새가 밸까봐도 걱정이다..

어제의 그 게스트 하우스가 그립다..

내일의 목적지는 안동으로 정했다.
안동에 구경할꺼리가 많아서 그쪽으로 정했다.

오늘의 경비
숙소: 35000
담배: 4500
기름: 4000
물: 850
샤워타올: 2000(첫날 새로 샀는데, 그 첫날 숙소에 놔두고 와버렸다)
커피: 3000
스니커즈: 1000
김밥천국: 4500
파리빠게트: 5900
합계: 59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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